![]() ▲ 독도 바위 절벽에 자리를 잡고 개화한 해국 |
[코리아투데이뉴스] 독도는 한반도 내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고립된 화산섬이다. 지리적으로 고립된 덕분에 외부의 영향을 받지 않은 고유의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독도가 우리나라 생물의 기원과 분포를 연구할 수 있는 지리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섬이자 '섬생물지리학'을 연구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임을 뜻한다.
생물 주권을 위한 학자들의 연구
독도는 생태학적으로 육지와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는 대양도로 보고되고 있다. 식물학적으로 분화와 식물 특성을 파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로 학계에서는 '제2의 갈라파고스'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독도 관련 연구는 역사, 지리, 국제법 등의 특정 분야에 치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리학자들과 생물학자들은 독도의 다양한 생물들을 꾸준히 연구해오고 있다. 이 연구를 통해 '독도 생물 주권이 한국에 있음'을 공고히 하기위해서다.
독도 식물, 해국
영남대학교 생명과학과 박선주 교수와 연구팀은 독도 식물의 기원을 세포학적 수준에서 꾸준히 연구·조사해왔다. 연구팀은 독도에 자생하는 60여 종의 식물 가운데 울릉도·독도를 포함한 한국과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식물인 해국(海菊·Aster spathulifolius Maxim.)을 선정해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 중이다.
주로 해안의 절벽 바위틈에 자생한다고 하여 '바다국화' 또는 '해변국화'라고 불리기도 하는 해국은 국화과 식물로 다소 목질화된 줄기와 갈라진 가지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30~60cm의 높이로 비스듬히 자라는데 거센 바람과 염분, 건조에 강하고 햇빛을 아주 좋아하는 식물이다.
꽃은 연한 자주색으로 가지 끝에 하나씩 달리고 지름은 3.5~4cm이다. 여름부터 하나둘씩 피우기 시작해 11월 까지 꽃을 피운다. 국내에 분포하는 쑥부쟁이 종류중 꽃이 가장 크고 피는 기간도 길어 관상가치도 높다. 해안가의 지피 식물로 활용하면 바다 경관과 잘 어울리는 장관을 연출할 수 있고 화분에 심어놓으면 오래토록 관상할 수 있는 자원 식물이다. 그래서 최근 화분과 화단에 해국을 즐겨 심고 있다.
![]() ▲ 해국의 모습 |
해국, 종의 기원을 찾아서
영남대학교 생명과학과 연구팀은 해국을 분석 대상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일본에만 분포하는 식물"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울릉도와 독도, 제주, 강원도 양양, 부산 등 한국의 본토와 일본 본토에서 자라는 해국을 집단별로 분석하면 해국의 기원을 밝힐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연구팀은 해국의 생물지리적 분포와 생태 서식처에서 일어났던 과거의 변화를 평가하기 위하여 계통분석방법을 사용했다.
이 결과 한국에서 일본으로 해국이 퍼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첫 조사에서 가장 먼저 분화된 곳이 독도인지 한국 본토인지에 대해서는 불명확했다. 이를 명확히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추가적인 조사·연구를 지속해왔는데, 최근 유전자 분석에서 제주도를 포함한 남쪽 해안에서 약 4000만 년 전 해국이 처음분화해 울릉도, 독도, 일본의 후쿠오카현에서부터 시마네현 등지로 분지해 퍼져 나갔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국은 제주도를 포한한 남쪽 해안 지역, 한국에 그 기원을 두고 있으며 울릉도와 독도, 일본으로 이동했음을 알아낸 것이다.
해국 및 기타 독도에 자생하는 식물의 세계유전자은행 등록
영남대학교 생명과학과 연구팀이 밝혀낸 이 사실을 더 확고히 하기 위해 독도 자생 식물인 해국은 지난 2010년 미국에서 운영하는 세계유전자은행(NCBI)에 최초로 등록됐다. 당시 해국 2개체 외에도 독도 사철나무, 번행초, 갯괴불주머니, 도깨비쇠고비, 갯제비쑥 등 6종 7개체의 유전자 분석 결과가 세계유전자은행에 올렸다.
또한 매년 독도 식물 2종의 엽록체 유전체를 세계유전자은행에 등록하고 있다. 이 등록은 해국의 종기원에 대하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차원에서 그 의의가 크다. 연구팀은 유전자 분석 결과를 세계유전자은행에 등록한 것은 독도 자생 식물을 세계에 알리는 학술적 의미가 있는 것은 물론 유전자원 확보를 통해 생물 주권을 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중요해진 생물 자원
2017년 8월 17일부터 우리나라도 생물 자원에 대한 권리인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됐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해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국가 간의 권리 및 의무 관계를 규정한 국제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체결된 것이다.
나고야의정서의 바탕이 되는 것은 바로 생물 주권이다. 우리나라 생물 자원에 대한 권리를 우리가 가지고 있는것, 다시 말해 "이것은 우리나라의 생물 자원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생물 주권'이다. 생물 주권을 펼치기 위해선 자국의 생물 표본과 목록, 각종 데이터 연구를 통해 얻은 유전 정보 등 생물에 관한 많은 정보가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생물 주권을 지키기 위해 조사·연구와 정보 관리는 필수적인 것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국가적 관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독도 생물 자원 발굴은 우리 땅 독도에서 사는 생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보관된 생물 자원 표본을 활용해 일본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이 생물 자원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에 대비하고 유전자를 이용해 독도의 멸종위기 생물을 복원할 수도 있다. 또 표본 내 유전 정보를 이용해 생물 산업의 다양한 연구 및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다.
독도 생태 주권에 대한 일본의 현 상황
국제사법재판소의 시피단 섬 사례가 있는 만큼 일본이 생태 주권의 중요성을 모를리 없다. 박선주 영남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현재 일본은 영토 주권에 대한 자료는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태 주권에 대한 연구는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독도에 직접 방문해 생물의 표본을 채취하는 샘플링을 해야 하는데 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일반인들조차 독도에 머물 수 있는 장소와 시간은 선착장 주변으로 제한하여 20~30분에 불과한 상황에서 일본인들은 독도 식물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게 박 교수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일본이라면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우회적인 방법으로 관련 연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면 불안한 마음에 조급함까지 밀려온다"며 걱정스러움을 내비쳤다. 이어 박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 차원에서 독도의 생태 주권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며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연구하느 동시에 그것을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일련의 일관된 정책이나 지원 등이 현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 박선주 교수팀의 연구 진행과정이 담긴 보고서 일부 발췌 |
독도 생태 주권을 위해 정부 차원 활동 시급
현재 일부 기관에서 단편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독도의 생물 모니터링 정도 선에서 그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국립생물자원관에서 매년 독도의 생물 주권에 관한 유전체 연구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우리 연구팀처럼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애국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다"며 "2002년 부터 영남대학교 연구팀은 독도의 생물 주권 관련 연구를 해오며 해외에 관련 우수 논문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과 분쟁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오면서 일회성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영토 주권 관련 행사들은 그나마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생태 주권 관련 행사나 홍보 등은 일반이들이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항상 영토 주권의 논제에 밀려 일반인들에게 알릴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이 그 원인이다.
박 교수는 "독도의 생물 주권을 위해서는 독도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종합적인 연구도 중요하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독도 생물 주권을 위한 학계와 정부의 노력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 홍보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일부 연구자들의 노력 못지않게 독도 생물 주권에 대해 정부와 국민들의 확고하고 올바른 인식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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